2013년 9월 29일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연중26주일) 성서말씀
대한성공회 설립기념일 (1890년)
창세 28:10-17
10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을 향하여 가다가
11 한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게 되었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간 뒤였다. 그는 그 곳에서 돌을 하나 주워 베개 삼고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자다가
12 꿈을 꾸었다. 그는 꿈에 땅에서 하늘에 닿는 층계가 있고 그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13 야훼께서 그의 옆에 나타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야훼, 네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요, 네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이다. 나는 네가 지금 누워 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리라.
14 네 후손은 땅의 티끌만큼 불어나서 동서남북으로 널리 퍼질 것이다. 땅에 사는 모든 종족이 너와 네 후손의 덕을 입을 것이다.
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다가 기어이 이리로 다시 데려오리라.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어줄 때까지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
16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참말 야훼께서 여기 계셨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하며
17 두려움에 사로잡혀 외쳤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 문이로구나."
시편 103:19-22
19 주께서는 하늘에 옥좌를 차리시고 ◯ 온 누리를 다스리신다.
20 그의 모든 천사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그 말씀을 듣고 따르는 힘찬 용사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21 그의 모든 군대들아, 그 뜻을 받들어 모시는 신하들아, ◯ 주님을 찬미하여라.
22 너희 모든 피조물들아, 그가 다스리는 모든 곳에서 주님을 찬미하여라. ◯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묵시 12:7-12
7 그 때 하늘에서는 전쟁이 터졌습니다. 천사 미가엘이 자기 부하 천사들을 거느리고 그 용과 싸우게 된 것입니다. 그 용은 자기 부하들을 거느리고 맞서 싸웠지만
8 당해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그들이 발붙일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9 그 큰 용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세계를 속여서 어지럽히던 늙은 뱀인데, 이제 그 놈은 땅으로 떨어졌고 그 부하들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10 그 때 나는 하늘에서 큰 음성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을 무고하던 자들은 쫓겨났다. 밤낮으로 우리 하느님 앞에서 우리 형제들을 무고하던 자들이 쫓겨났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가 나타났고 하느님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11 우리 형제들은 어린 양이 흘린 피와 자기들이 증언한 진리의 힘으로 그 악마를 이겨냈다.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죽기까지 싸웠다.
12 그러므로 하늘과 그 안에 사는 자들아, 즐거워하여라. 그러나 제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가 크게 노하여 너희에게 내려갔으니 땅과 바다는 화를 입을 것이다."
요한 1:47-51
47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조금도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48 나타나엘이 예수께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필립보가 너를 찾아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자
49 나타나엘은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50 예수께서는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는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하시고
51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본기도> 영원히 살아계신 하느님, 천사와 인간들에게 거룩한 직분을 정하시고 행할 임무를 맡기셨나이다. 구하오니,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거룩한 천사들이 항상 하늘에서 주님을 섬기고 경배하듯 이 땅에서도 우리를 돕고 보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강론초록1>
천사- 영적(靈的)인 인격성(人格性) (요한 1:47-51)
9월 29일은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Saint Michael and All Angels)의 축일입니다. 이 땅에 성공회의 선교가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성 미카엘 축일은 동방교회에서 4세기에 시작되어 5세기에 서방교회로 전파되었습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입니다. 천상 군대의 지휘관인 성 미카엘 숭배는 결국 모든 천사들의 숭배로 확대되었습니다. 중세기에 성 미카엘의 날(Michaelmas)은 큰 축일이었고, 서유럽에서는 추수기와 일치하는 이 날을 중심으로 많은 대중적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현대인들은 천사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어른이 되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천사의 존재를 바로 믿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천사의 영적인 의미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경과 교회가 말하는 천사(天使)는 하느님의 사자(使者, messenger)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당신의 뜻을 전하시고 당신의 일을 계속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천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일, 곧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이 땅에서 하느님의 일을 행하는 존재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사랑과 주권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 천사의 존재를 눈으로 봐서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산타클로스는 4세기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주교를 상상으로 채색한 이미지여서 누구도 실제로 산타클로스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영적인 진실을 받아들인 수많은 이들이 예수 성육신의 사랑을 “자비의 선물”에 담아 전할 때에 성 니콜라스는 오늘도 살아있는 존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천사의 존재도 우리들이 상상해낸 이미지가 본질이 아닙니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할 때 그들과 그들의 모임이 드러내는 영적(靈的)인 인격성(人格性)이 바로 천사의 존재로 경험되는 것입니다.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을 기억하는 일은 순진한 동심(童心)을 간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의 영적인 지향, 영적인 열정과 영적인 질서를 올바로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123년 전 9월 29일에 성공회가 이 땅에 전해진 것은 성공회의 천사로 하여금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하느님의 일을 행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주님은 요한에게 아시아의 일곱교회의 천사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명령하십니다. 지금 우리 성공회의 천사, 그리고 우리 주교좌교회의 천사, 우리들 각자의 수호천사는 주님께 어떤 칭찬을 듣고 어떤 권면을 받게 될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
<강론초록2>
하느님 현존의 증거자 (요한 1:47-51)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 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51절). 하얀 깃털날개를 단 천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날개 달린 천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날개 없는 천사를 만난 적은 있을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이와 어려움과 곤경에 처해 있는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는분명 날개가 없지만 천사라고 느껴집니다. 관계나 이익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어려움을 돌보는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인간이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늘 자기 자신에게 유익한 행위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온전히 이타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형상(Imago Dei)에 따라 창조된 우리들은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세례와 견진으로 우리에게 부어진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야 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증거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의 축일은 인간과 하느님의 중간 즈음에 있는 어떤 신묘한 존재를 기념하는 게 아닙니다. 천사는 보다 온전하게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천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시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사람과 사건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타나엘에게 더 큰일을 보리라고 하시면서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당신을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증거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을 넘어 아직 믿음이 없는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이 충만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하느님의 사람(가브리엘)’으로 초대된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향해 하느님의 능력을 증거하는 ‘미카엘(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로 불린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의한 세상의 질서를 온전히 회복하실 분이 하느님뿐이라는 사실을 삶으로 고백하는 ‘라파엘(하느님께서 고쳐주셨다)’로 뽑힌 이들입니다.
“주님, 저희가 세상에 당신의 현존을 온전히 전하는 도구 되게 하소서.”
(주교좌교회 보좌사제 구균하 요나로렌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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